꼬마 철학자의 탄생
나는 197x년 xx월 xx일,
경기도 수원의 한 작은 산부인과에서 태어났다.
당시 수원은 아주 작은 도시였는데,
내가 태어난 그 산부인과 또한
개원한지 몇일도 되지 않은 곳이였다 한다.
말하자면, 나는 그 산부인과의
제 1호 신생아였던 셈이다.
약사이셨던 아버지는 내가 태어나던 순간에도
약국에서 열심히 일을 하고 계셨다 한다.
내가 태어난 소식을 접하신 아버지는
그 길로 바로 산부인과에 뛰어오셨는데,
아들임을 알게되신 후 너무 기쁜 나머지
그 병원의 모든 간호사들에게
5천원짜리를 한 장씩 선물로 주셨다 한다.
참고로 당시 5천원은 지금으로서는
못해도 5만원보다도 훨씬 큰 돈이였으리라.
아무튼 기쁜 소식은 아버지에게만 머물지 않았다.
할아버지, 할머니, 작은 아버지까지
한 집에 살고 계시던 모든 친척 어른들이
"아들이에요!" 하는 수화기 너머의 아버지 얘기를 듣곤
"아들이래!!" 하며 모두들 기뻐하셨다 한다.
고조부님 위로는 잘 모르겠으나
내 증조부께선 장손이셨고,
조부와 아버지 나까지 이어지는 계보에서
나는 말하자면 얼추 종가집 장손인셈이였다.
미루어 짐작해보건데
나의 탄생은 분명
부모님 뿐만 아니라 주변 친척들까지
많은 이들에게 큰 기쁨을 안겨주었으리라 본다.
그리고 그 날 밤,
아버지께서는 천주님의 자비로움과 사랑에 감동하며
사랑하는 아내와 갓 태어난 아이를 생각하며
편지 형식으로 일기를 쓰셨다 한다.
약 40년 후, 내가 마흔살이 되던 해에
아버지께서 그 일기를 내게 선물로 주셨는데
나 또한 그때의 감동이 고스란히 전해져
아직까지도 아버지 일기의 내용들을
대부분 기억하고 있다.
아무튼 그렇게
보잘 것 없는 작은 도시의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하고 작은 병원에서
나는 태어났다.
그리고 아버지께서 일기장에 쓰셨던 예언대로
나는 인생의 세파를 겪으며 장성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