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때의 기억 중 가장 오래된 기억은
6살때즈음의 것인것 같다.
내가 6살이 되자
부모님은 수원에서 하나밖에 없는
영어 유치원에 나를 보내셨다.
요즘이야 영어 유치원이 많은 상황이지만,
1980년대에 그것도 수원이라는 작은 도시에서
영어 유치원을 다닌다는 것은
정말 특별한 일이였다.
아무튼 나는 6살이 되던 해부터
혼자서 유치원을 다니게 되었다.
부모님은 새벽부터 자정이 다 되도록
말 그대로 뼈가 닳도록 일을 하셨다.
때문에 나는 아주 어린 나이에도
혼자서 등원 하원을 하게 되었다.
지금와서 생각해 보면
사실 어린 아이에게
쉽지 않은 일이였을 것 같은데,
내 기억에 난 별 걱정없이 다녔던 것 같다.
내가 다녔던 유치원은
대체로 동네나 인근에서
부유한 집 아이들이 다녔었는데,
물론 그 중에서도 집안 형편이 좋지 못한
아이들도 간혹 있었다.
유치원을 가는길가에 오래된 주택이 하나 있었는데
그 주택에서 할아버지 할머니와 살고있던
두 쌍둥이 자매가 생각난다.
아주 희미한 기억이라 정확하진 않지만
그 두 쌍둥이 자매는 귀엽고 착한 아이들이였다.
아주 어렸을때부터
나는 그들과 손을 잡고 유치원을
오고 가곤 했다.
그러던 어느날
쌍둥이 자매 중 한 명이
(언니였는지 동생이였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수업중에 많이 아팠던 기억이 난다.
할아버지께서 수업 중에 와서
그 아이를 업고 데려가셨고,
그 후로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그 쌍둥이 자매들은 얼마 후
유치원에서 더는 보이지 않게 되었다.
살던 그 오래된 길가의 주택집도
쌍둥이 자매 식구들이 이사를 가버리게 되어서,
그 후로 나는 유치원을 오고 갈때면
항상 쓸쓸한 그 주인없는 집을
물끄러미 바라보곤 했던 기억이 난다.
어린 마음에도
무엇인가 그 작은 마음 한 켠에
상실 또는 쓸쓸함을 느꼈던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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