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때의 기억을 더듬어 보면
집 앞 놀이터에서 놀던 때가 주로 생각난다.
지금이야 아이들이 스마트폰이나 TV를 보며 놀지만
내가 어렸을때는 놀이라고 하면
무조건 아이들이 함께 흙투성이가 되도록
놀아야 진짜 놀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초등학교 저학년인 2학년 정도까지는
부모님께서 일도 바쁘셨고
장남인 내 학업에 큰 관심은 없으셨던터라
정말 신나게 놀았었다.
저녁을 먹고 있으면 이미 창 밖에선
친구들이 집집 마다 돌아다니며
"OO야, 노올자~!" 하고
부르는 소리가 우렁차게 울렸다.
이 집 저 집에서 아이들이
입에 밥을 하나가득 문 채로 나와서
정말 흙강아지가 되도록 놀았다.
주로 했던 놀이는 얼음땡이였는데,
술래인 한 명이 여러명을 대상으로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쫓아가다가
상대방이 "얼음!"이라고 외치기전에
몸을 건드리면 그 사람이 다시
술래가 되는 게임이였다.
어찌보면 쉬울 것 같지만
좁은 놀이터를 벗어나지 못하는 상태에서
술래가 여러명의 타겟 중에서
언제 나에게 갑자기 달겨들지 모르는
긴박한 상황이 나름 스릴있었다.
특히 뜀박질을 잘하거나
손이 매서운 동네 형이나 누나가
술래인 경우는 정말 재미있었다.
저 만치 떨어져서
다른 아이들을 쫓아가던 술래가
어느새 나를 쳐다보고
나를 향해 뛰어오던 때,
그리고 그 술래가
내가 뜀박질이 느린 걸 알아채고
적당한 포기 없이 놀이터의
구석까지 쫓아와서 잡히기 직전의
그 심장뛰던 느낌이 아직도 생생하다.
결국 어쩔 수 없이 "얼음!"을 외치지만,
누군가 나를 "땡"하고 풀어주기 전까지
기약 없이 기다리던 그 초조함,
그리고 다른 아이들이
즐거운 비명을 지르며 도망다니는 것을
보고만 있을때의 그 애틋함.
가끔 오랜만에 친구놈들을 만나
술 한잔 하며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보면
그런 생각이 들때가 있다.
덩치가 산 처럼 커 버린
중년의 아저씨들이,
스크린 골프나 당구 같은 게임이 아니라
놀이터에서 얼음땡을 하면
다시 한번 재밌지 않을까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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