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해보이지만 맛은 특별한 탕수육 (화성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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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미식가

평범해보이지만 맛은 특별한 탕수육 (화성춘)

by Peter Jeon 2023. 9.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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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을 일주일 앞두고 미리
제천에 있는 장모님댁에 다녀왔다.
 
장모님댁이 있는 제천에 갈때마다
항상 "이번에도 꼭 가봐야지"하고
벼르는 곳이 있는데,
 
첫 번째가 최고의 탕수육집 화성춘,
두 번째와 세 번째가 제천의 명물
덩실도넛과 빨간오뎅 이다.
 
오늘은 그 첫번째인
정말 특별한 탕수육집,
화성춘에 대해 얘기해보려 한다.
 
 

 
화성춘은 제천의 오래된 재래시장인
중앙시장에 있는 중국집이다.
 
 

네이버 지도를 가져왔습니다. 알아서 네비로 잘 찾아가시길....

 
제천의 중앙시장은 정말 다양한 맛집과
먹거리들이 몰려 있는데,
위에서 얘기한 빨간오뎅집도 사실 이곳에 있다.
 
아무튼 오늘은 탕수육에 대해
얘기할 작정이니 다시 화성춘으로...
 
 

 
추석을 일주일 앞둔 주말,
아내와 딸래미를 데리고 화성춘으로 갔다.
 
계단을 오를때 
이미 입 안에
군침이 가득 고인다.
 
 

 

 
이곳은 예전에 여러 TV 매체에서
방송된 적이 있다 한다.
 
솔직히 이런 저런 방송에 나왔다는
사실 만으로는 맛집으로
인정할 수 없다... 는 것이
평소 내 지론이지만.
 
 

 

 

 
화성춘의 내부 모습이다.
 
정말 어디를 둘러봐도
특별할 데 없는,
심지어 위치까지 그저
시장 한 복판에 있는
아주 평범한 중국집처럼 보인다.
 
 

 
메뉴 또한 아주 지극히
평범한 보통 중국집의 그것이다.
 
가격은 저렴한 편이라 생각된다.
참고로 우리 동네 짜장면 한 그릇이 만원이고
탕수육은 小를 시키면 25,000원 정도인데
양도 다소 부족하게 느껴질 정도다.
 
 
이날은 세 식구가
탕수육 小 하나에
짜장면 곱배기 하나를 시켰다.
(곱배기는 천원 추가)
 
세 식구가 요즘같은 고물가 시대에
25,000원으로 한끼 식사를 시켰단 뜻이다.
 
 

 
주문한지 얼마 되지 않아 직원 분이
단무지와 물을 가져다 준다.
 
단무지를 먹기에 앞서
문득 최근에 재미있게 본
넷플릭스 드라마,
'리키시' 생각이 났다.
 
 

아따 고놈 엉덩이 튼실하다잉?

 

 
주인공 오제는 과거 유도 선수였으나
돈을 벌기 위해 스모에 도전하는데,
초밥집을 했던 아버지 덕분에
초밥에도 능통한 캐릭터다.
 
오제의 초밥에 대한 지론은 
'정말 괜찮은 초밥집인지 아닌지는
생강 초절임을 먹어보면
알 수 있다'란 것이다.
 
 
이 부분은 나도 극히 동감하는 바이다.
 
정말 괜찮은 중국집인지 아닌지는
단무지를 먹어보면 알 수 있기 때문이다.
 
 
......
 
 
는 것은 물론 헛소리-_-다..
 
혹시라도 내 주변에
심오한 표정을 지으며,
 
"나는 단무지를 먹어보면
그 집이 괜찮은 중국집인지
아닌지 알 수 있어!"라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 사람이 단무지집 사장 또는
정신병원을 갓 탈출한 미친놈 
둘 중 하나라 생각할 것 같다.
 
 

탕수육 소짜 하나 시켰는데 군만두도 서비스로 준다고요? 이 집 인심 살아있네~

 
단무지 하나를 집어 들고
나름 이지적 사색을 하고 있는데
아내의 다급한 외침이 울렸다.
 
"오빠, 탕수육 나왔어!"
 
 

 
과거에 누군가 내게 호기심 어린 눈으로
"탕수육은 부먹이 맛있나요 찍먹이 맛있나요?"
하고 묻는다면,
 
나는 감히 단언컨데 
'찍먹파 외길 30년'의 경험을 살려
"찍먹!"이라 외쳐왔었다.
 
 
하지만,
제천 색시와 결혼한 후
처가댁에 놀러왔던 어느 날,
화성춘에서 탕수육 한 입을 먹던 나는
내가 알고있던 사실이
잘못되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화성춘의 탕수육은 부먹 탕수육이다.
 
찹쌀 탕수육이 아래에 두둑히 깔리고
그 위에 각종 야채가 풍부하게 
올려진 후 마지막에
소스가 흥건하게 뿌려진다.
 
 
그렇기에 탕수육 고유의
바삭한 튀김맛이 왠지 덜할 것 같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렇지가 않다.
 
일단 탕수육의 고기가 매우
신선하고 질감이 좋다.
 
그리고 고기를 둘러싼
찹쌀가루가 기가막히게 쫀득하다.
(으아.. 설명하는 지금 이 순간에도
 입에 군침이 돈다...)
 
궂이 이유를 설명해보자면,
찹쌀튀김의 쫀득한 맛이
부먹용 탕수육의 까실한 튀김맛
못지 않게 입안을 즐겁게해주고,
 
좀더 씹으면 느끼게 되는
튀김가루 안의
부드럽고 좋은 질의 고기 맛이
두 번 입안을 만족시켜준다.
 
또한,
신선하고 다양한 야채들이
자칫 느끼할 수 있는 탕수육 소스를
향기롭고 더욱 맛깔나게 해준다.
 
 

양도 무진장 많다.

 
세 식구가 누가 먼저 많이 먹나
시합이라도 하려는 듯
정신 없이 탕수육을 먹고 있는데
짜장면 곱배기가 나왔다.
 
기억하자.
세 식구가 같이 먹은
짜장면 곱배기가
한 그릇에 단 돈 7천원이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기분이 좋아지지만,
 
맛있는데 가격까지 저렴한
음식을 먹으면
옆에 있던 아내가 예뻐보인다.
삶이 아름다워 보인다.
 
 

 
이 집은 탕수육 맛집이지만
다른 요리도 허투로 하지 않는다.
 
짜장면도 느끼하지 않고 맛있다.
 
나는 과민성 장 증후군이 있어서
오래된 기름을 썼거나
감미료를 많이 넣은 음식은
기가막히게 잘 알아맞추는 편이다.
(정확히는 내 대장이 알아맞추....)
 
기름진 대표 음식인
탕수육에 짜장면 곱배기를
먹은 이 날,
나는 아무런 불편함도 느끼지 못했다.
 
다만,
"오늘은 정말
끝내주는 탕수육을 먹었어!"라는
만족감을 느끼며
배를 두들겼다.
 
백문이 불여일견,
아니,
백견이 불여일식이다.
 
한번 자셔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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